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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와 교회 변혁
최인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Ⅴ. 맺는 말
인쇄 매체가 등장했을 때 중세 말기의 가톨릭 교회는 인쇄가 가져 올 위기의 심각성에 대하여 결코 무지하지 않았다. 종교개혁자들의 출판물을 그토록 검열한 것이 단순히 자신들의 교권을 방어하고자 했던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엘리자베스 아인슈타인은 인쇄가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몇 가지로 밝힌 바 있다: 책이 나오기 전보다 교회의 예식 복잡해 졌다; 모든 방면에서 "평화의 도구"(peaceful art)로 불려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오히려 문자문화에 의한 탈부족주의의 강화 현상과 이에 따른 개인주의의 발달로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깨뜨리고, 종교전쟁을 심화시켰다; 성서가 인쇄되고 난 후 보다 학문적인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성서의 구성과 저자에 대한 난해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성서의 권위가 약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심지어는 "평화가 아닌 칼의 선구자"로까지 비판받게 되었던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이 뉴미디어인 인쇄매체를 적극 사용할 당시, 결코 뉴미디어가 저들이 원하는 모든 환경을 새롭게 긍정적인 차원에서만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4세기간의 인쇄문화를 절대시하거나, 그 이전의 구전문화를 열등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그대로 오늘의 멀티미디어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미 컴퓨터 통신은 청소년들을 멍들게 하는 범죄망이 되고 있다. 인터넷을 가리켜 "컴퓨터 통신망의 홍등가"라고 부를 정도로 그 사회적 문화적 오용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일정 시간까지 뉴미디어를 도입하기까지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빈부격차에 의한 정보의 독점 현상 내지는 격차현상" 및 "문화지체 현상", 그리고 사생활의 침해 등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노출될 것이다.

죤 바흐먼(J. W. Bachman)은 이미 전자시대의 미디어가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가져다 줄 기회와 위험을 분석한 바 있고, 머거리지(Muggeridge)는 <Christ and Media>에서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들의 견해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마치 16세기에 틴데일의 입장을 비난했던 토마스 모어의 반 인쇄문화에 대한 주장이 오히려 오늘날에도 재고의 가치가 있는 통찰이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인류가 발전시켜 온 의사전달 수단치고 양면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양면적 실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은 한낱 풀포기/ 그 영화는 들에 핀 꽃과 같다/. . ./ 풀은 시들고 꽃은 지지만 /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사40:6-8). 하나님의 말씀에 비교한다면, 인간의 말과 언어나 이를 전달하는 수단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어느 한 쪽만을 보고 부정하거나 수용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인쇄 미디어의 적극적인 메시지를 찾아내어 교회의 변혁을 위해 활용했던 점을 밝혔다. 그리고 그와같은 목적과 자세를 가지고 멀티미디어의 메시지를 두가지 측면에서 논의하였다. 의사전달의 일방적, 지배적 환경을 거부하고 쌍방향적, 인격적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교회의 내적 변혁을 가능케 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문자이후 시대의 인간"이라는 새로운 인간 이해에 도달함으로써, 그동안 인쇄매체로 말미암아 우리의 특정한 감각기관만이 과부하에 걸린 사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멀티미디어 기술의 등장으로 한 쪽에만 마취되어 있는 비정상적 인식행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넣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에 무엇보다도 교회와 신학은 기존의 틀에서는 불가피했던 문자주의 신앙과 책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하는 변혁적 자세를 가질 때가 되었다. 세례 요한이 나사렛의 한 청년을 새 시대의 담지자로 보았을 때, 자기 부정의 예언자적 용기를 가지고 그가 오실 메시야임을 증언했던 것처럼 그런 겸손이 21세기를 맞이하려는 교회에 필요하다. 그러므로 멀티미디어를 대형 교회, 대형 설교가를 만들어 내는 도구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멀티미디어의 기술적 메시지를 바로 이해하고 수용한다면, 멀티미디어는 교회의 일방적이며 이론에 머물렀던 신앙과 교육의 굳은 땅을 적시는 단비가 될 것이다. 멀티미디어는 교회를 전인격적인 신앙과 교육 환경으로 변혁하는 "하나님의 은총의 도구"가 될 것이다.
 
   Ⅰ. 들어가는 말

   Ⅱ. 인쇄 매체와 종교개혁

   Ⅲ. 대화적 의사전달 환경을 향한 교회의 변혁

   Ⅳ. “문자 이후 시대의 인간”이해와 교회의 변혁

   Ⅴ. 맺는 말